【 중장기 세제개혁 방향 】

원윤희(서울시립대학교 세무대학원 교수, 재정세제전문위원회 위원)

21세기 경제 환경에 대응하는 중장기 조세개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하여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내에 설치되는 조세개혁특별위원회가 지난 22일 출범하였다. 세제개혁만을 전담하는 별도의 특별위원회가 설치된 것은 우리 사회와 경제의 선진화를 위해서 이 과제가 매우 중요하면서도 동시에 그 만큼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조세는 국가를 운영하는데 필요한 재원을 조달하기 위한 것으로서 개개의 조세납부에 대한 직접적인 반대급부 없이 민간으로부터 강제적으로 징수하는 것이다. ‘민주주의의 역사는 조세저항의 역사’라고 할 수 있는 것처럼 누구에게 얼마만큼 어떻게 조세부담을 배분할 것인가는 매우 민감한 문제이며, 공평한 세 부담의 기준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끊임없는 논의들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편 이러한 재원조달 기능과 동시에 조세는 각종 국가정책을 수행하는 중요한 정책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공해나 흡연 등 사회적 비용을 야기하는 행위를 억제하기 위한 피구조세, 저축과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이자소득 저율분리과세와 투자세액공제, 과밀억제를 위한 대도시지역 법인등기에 대한 등록세 중과, 문화진흥을 위한 예술창작품 부가가치세 면세, 저소득층 보호를 위한 근로소득보전세제 도입 등 몇 가지 예에서 보는 바와 같이 조세가 정책수단으로 활용되는 범위는 매우 넓고 따라서 그 적용 논거도 매우 다양하며 서로 상충되는 경우도 많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향후 우리의 조세개혁 방안들을 모색함에 있어 이러한 조세의 본질과 특성을 고려하면서 아래와 같은 사항들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첫째, 흔히 ‘정치는 생물이다’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되는데, 조세도 마찬가지로 주변 환경변화에 적응하여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함으로써 우리 사회와 경제의 발전을 이끌어낼 수 있는 역할을 담당해야 할 것이다. 조세가 가져야 하는 가장 중요한 조건을 든다면 그 세부담이 공평해야 한다는 점일 것이다. 그러나 어떠한 조세가 공평한 것인가의 기준은 시대와 나라에 따라서, 그리고 한 나라 안에서도 그 사회경제 환경에 따라서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가용의 소유여부가 한 사람의 부담능력을 잘 보여주었던 시대에 만들어진 자동차 및 유류관련 세제의 기본구조가 현재에도 그대로 적용되기는 어려운 것이며, 특정한 정책목적을 위하여 이루어진 각종 비과세 감면도 현재의 시점에서 적정한 것인지에 대한 끊임없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

자본과 노동의 국제간 이동이 가속화되고 해외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국가간의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국제기준에 부합하면서 이러한 추세에 적극 대응할 수 있는 세제가 무엇인지, 그리고 지식기반경제하에서 한 국가의 성장잠재력을 결정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가 될 인적자본 확충을 유도할 수 있는 세제가 무엇인지에 대한 많은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또한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는 현실에서 이에 적극적으로 대처함으로써 사회통합을 이루고 장기적인 성장잠재력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도 절실히 요구된다.

둘째, 지방분권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것이 우리가 기대하고 있는 방향으로 국가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다시 말해서 자율과 책임의 메커니즘을 통해 국가전체의 효율적인 자원배분이 이루어지도록 한다는 지방분권화의 이상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매우 시급하다고 할 수 있다. 중앙집권시대에 형성된 지방세 및 지방재정조정제도를 지방분권화 시대에 맞추어 근본적으로 개혁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물론 국세와 지방세 세원조정을 통한 지방재정 확충문제도 이러한 노력에 포함되어야 할 중요한 이슈라고 할 수 있지만, 그 동안 이루어진 논의들이 지방분권화의 본질에서 보다는 지나치게 제로섬적인 관점에서 중앙과 지방간의 세원배분이라는 측면에 집중됨으로써 구체적인 성과가 나타나지 못했다는 비판을 충분히 감안하여야 할 것이다.

셋째, 납세자들의 관점에서 보는 세무행정 개혁이 필요할 것이다. 세무행정은 세법 등을 통해서 과세자인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와 납세자인 국민간의 상호관계로서 설정된 조세관계를 실현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의 세무행정은 기본적으로 납세자를 피동적인 객체로서 설정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세무행정의 본질은 주체로서의 납세자가 그 납세의무를 쉽고 성실하게 이행하는 것을 지원하는 서비스 행정인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조세체계의 간소화나 세무서식의 단순화 등은 물론 세무조사의 기능도 탈세적발을 통한 세액징수에 있다기보다는 납세자들의 의무이행을 유도하는 것에서 찾아야 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세무조사가 이루어진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조세제도는 그 당시 국민구성원들의 생각을 반영하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변화에 맞추어 적응하는 것이기 때문에 조세개혁과 관련하여 어떤 하나의 정답을 제시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바람직한 조세제도를 찾아가는 노력은 우리 경제와 사회의 발전을 위해서 필수적인 것이기 때문에 조세개혁특별위원회의 활동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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