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을 수 없는 통계의 가벼움 】

김인모(서울경제 논설위원)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지만 거짓말쟁이는 반드시 숫자를 이야기한다"는 격언은 통계가 현대생활에서 얼마나 오용될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통계청은 지난 2003년 3월 "작년 한해 동안 30만6,573쌍이 결혼하고 14만5,324쌍이 이혼해 이혼건수가 최고 수준을 경신했다"고 발표했다. "매일 840쌍이 결혼하고 398쌍 꼴로 갈라서는 셈"이라는 해석까지 곁들였으니 대부분의 국민들은 매일 결혼하는 100쌍 가운데 47쌍 가량이 이혼한다고 믿었고 급기야 결혼한 두 부부 가운데 한 부부는 반드시 이혼한다는 말이 진실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결혼연령은 집중되어 있는 반면 이혼연령은 분산되어 있으므로 모집단의 크기가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47.4%라는 숫자는 실제 이혼율과는 큰 차이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미국에서는 결혼한 커플을 5년 동안 추적해 본 결과 이혼율이 대략 38%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추적조사를 해 본 적이 없는 우리로서는 실제 이혼율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

문제는 잘 만든 통계를 뒤틀어놓은 변이통계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데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에 있다. 이혼율이 절반에 가까워 국가경쟁력을 훼손한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당시 보건복지부는 드디어 이혼억제 정책을 내놓았다. 무분별한 이혼을 막기 위해 협의이혼이라 도 반드시 '건강가정 지원센터'의 사전상담을 받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협의 이혼전 의무상담 절차의 도입을 놓고 기본권 침해 논란이 일기 시작한다. 과장된 변이통계가 불필요한 사회적 혼란을 초래한 셈이다.

최근 국가통계의 부실이 새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정부가 연초 서비스업 활성화를 통해 4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밝혔으나 막상 업종별 업소의 숫자나 고용인원 등이 사전에 조사된 적이 없어 빠른 시일 내에 대책을 마련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굳이 편법을 쓰자면 간접통계를 추정해 사용할 수 있겠지만 장님 코끼리 만지기 식의 기초 자료로 제대로 된 일자리 대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따라서 최근 정부혁신위원회가 '국가통계 인프라 강화방안'을 내놓고 품질 좋은 통계의 기획, 생산, 평가의 전 단계를 혁신하는 것은 물론 국가통계위원회의 발족 등을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기 그지없는 일이라 하겠다. 특히 경제규모에 걸맞도록 부족한 통계인력을 늘리는 게 급선무라면 관련 예산의 확충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것이며 통계청장의 직급을 상향 조정하는 조치도 필요할지 모른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인력 확충이 불가능하다고 조사업무를 전적으로 민간기관에 맡기거나 국가통계인프라강화추진단, 통계인프라강화특별위원회 등 관련 기구를 무분별하게 만드는 것은 도리어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으므로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좋은 국가통계는 정책결정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기초 인프라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훌륭한 통계도 부적절하게 사용하면 화를 자초할 수 있다는 점에서 통계의 분석과 홍보 기능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될 것이다. 캐나다 통계청 직원 6,900명 가운데 26%인 1,300명이 홍보와 보급을 맡고 있다는 사실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공산품이 아닌 통계는 살아 움직이는 생물과도 같다. 품질 좋은 통계를 새로 생산하고 가공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약물의 오남용을 막아야 하듯 국가통계의 오남용도 저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 본 칼럼은 2005년 2월 24일자 서울경제 [목요일 아침에]란에 실렸던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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