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별회계 및 기금의 정비 】

고영선(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재정세제전문위원)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재정을 잘 관리해온 모범적인 국가로 꼽힌다. 재정건전성을 유지해온 덕분에 외환위기 때 정부는 일시적인 재정적자를 감수하면서 적극적으로 금융구조조정과 실업 및 빈곤대책을 추진할 수 있었다. 또 외환위기의 충격이 어느 정도 사라진 후에는 다시 재정흑자로 돌아설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예산회계제도는 몇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는데, 그 대표적인 것은 지나치게 많은 특별회계와 기금이다. 1개의 일반회계와 22개의 특별회계, 그리고 57개의 기금 등 총 80개의 ‘돈주머니’로 이루어진 복잡한 예산구조는 재정운영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저해하는 것으로 지적된다.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재정학자들은 특별회계 및 기금을 대폭 정비해야 하도록 정부에 촉구해 왔으며, IMF 및 OECD 등의 국제기구들도 이에 동조하였다.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여 대통령 직속「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및 기획예산처「기금존치평가단」은 특별회계 및 기금의 수를 47개로 줄이는 방안을 마련하였다. 이 방안은 최근 한 공청회를 통해 발표되었는데, 향후 정부는 보다 넓은 의견수렴과정을 거쳐 최종적인 정비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물론 우리나라만 특별회계와 금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경우에도 400~500개의 특별회계와 기금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들은 대부분 연금·실업보험 등 사회보장적 성격의 지출이다. 이런 성격의 지출은 특별회계나 기금을 통해 별도로 관리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들을 제외하면 미국에서 특별회계 및 기금의 비중은 금액 기준으로 12%정도에 불과하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사회보장적 성격의 것들은 일부에 불과하며, 이들을 제외하면 특별회계 및 기금의 지출비중은 40%를 넘어서고 있다. 이로 인해 예산체계의 분절화(分切化)가 보다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으며, 대폭적으로 특별회계 및 기금을 정비하는 방안이 마련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많은 특별회계 및 기금은 목적세나 부담금을 부과하여 특별한 목적의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설치된다. 그런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낮아진 후에도 목적세와 부담금이 계속 부과되는 현상이 종종 나타난다. 그 대표적인 예로서 자주 거론되는 것이 교통세와 농어촌특별세이다. 이들은 당초 한시적인 목적세로 도입되었으며, 현재 시점에서는 많은 전문가들이 폐지가 타당함을 지적하고 있으나 존치기간이 계속 연장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요한 이유가 폐지에 대한 이익집단들의 반발에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특별회계 및 기금 정비의 목적 가운데 하나는 불필요한 목적세와 부담금을 폐지하거나 일반재원으로 전환하여 보다 광범위한 국가사업에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특별회계 및 기금의 정비와 더불어 반드시 추진되어야 할 과제는 프로그램 예산제도의 도입이다. 즉, 현재와 같이 회계 및 기금에 따라 예산을 분류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담당조직과 사업에 따라 체계적으로 예산을 분류하여 과목구조를 설정해야 한다. 예컨대 국립의료원의 운영과 관련된 수입 및 지출은 일반회계 내에 하나의 사업으로 제시될 수 있다. 이 경우 국립의료원을 위해 별도의 특별회계를 설치할 필요가 없다. 일부에서 지적하듯이 개별 사업의 현황을 보다 잘 파악하기 위해 특별회계나 기금을 설치하고자 한다면, 수백수천개의 특별회계와 기금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프로그램 예산제도의 구체적인 도입방안은 현재 기획예산처의「디지털예산회계기획단」에서 마련하고 있다.

또 다른 제도개선과제로 지적될 수 있는 것은 중기재정관리체계의 확립이다. 즉, 중장기적 관점에서 재정관리목표를 설정하고 분야별 지출계획을 수립하는 한편 이를 매년도 예산편성에 반영하는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일선부처에서 특별회계 및 기금을 설치하고자 하는 중요한 이유는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는 데 있다. 따라서 중기재정관리체계를 통해 가용재원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높여준다면 부처 스스로 특별회계 및 기금을 설치하고자 하는 유인이 줄어들 것이다. 기획예산처가 금년에 국회에 제출한「국가재정운용계획 2004-2008」은 중기재정관리체계를 도입하기 위한 첫 시도로서, 우리나라 재정관리체계의 선진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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