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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기록이 선진국가로 이끈다
안병우 2007-05-21 12:00:00 (Hit : 8456)

- 투명한 기록이 선진국가로 이끈다 -
            
역사발전과 기록관리혁신 』

안병우 한신대 교수·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위원

지난 4월 27일 ‘대통령기록물관리에 관한 법률’이 공포됐다. 대통령기록을 다른 행정기록과 구분하여 관리할 목적으로 제정된 이 법이 공포됨으로써, 우리나라의 기록관리는 또 하나의 새로운 전기를 맞이했다.

기록관리혁신은 절차적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기 위한 중요한 과제이며, 업무관리와 기록관리가 결합되면서 공직사회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빠르게 발전해 나가고 있다. 참여정부의 기록관리혁신은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에 힘입어 획기적인 발전을 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각종 회의를 통하여 ‘기록관리 개선은 이후 정부혁신 과정에 있어서 하나의 이정표가 됩니다(2004. 10. 27. 국정과제회의)’, ‘기록관리와 같은 국가 행정의 기본제도 부분에 철저히 관심을 가지고 첨단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도록 각별히 노력해 주시기 바랍니다(2004. 7. 19. 수석보좌관회의)’ 등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이번에 제정된 대통령기록법도 이러한 참여정부의 기록관리 혁신의 강력한 의지가 결실을 맺은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대통령기록법, 참여정부 혁신의 결실

이번에 기존의 기록관리에 관한 기본법이라고 할 수 있는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법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별도로 ‘대통령 기록법’을 제정한 것은 대통령기록이 중요할 뿐더러 특별히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기록은 국가의 최고 정책 및 현실 정치와 관련된 기록을 많이 포함하고 있어, 대단히 가치가 높은 기록으로 분류된다. 따라서 대통령기록은 다른 기록들보다 더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대통령기록은 국민이 영구히 활용해야 할 국가 재산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 ‘공공기관의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기 이전에는 사실상 관리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었다. 따라서 제대로 생산하지도 않았고, 임기가 끝난 후 제대로 이관되지도 않았다. 그 결과 현재 국가기록원이 보존하고 있는 역대 대통령기록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초라하기 그지없다.

김대중 대통령 기록부터 비로소 법에 따라 이관됐다. 그러나 관리의 측면에서 보면 개선할 점이 적지 않았다. 대통령기록의 특수성을 법이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현실적 판단에서부터 ‘대통령 기록법’을 별도로 제정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당선인이 될 때부터 모든 기록은 '대통령기록'

대통령기록은 대통령이라는 직책 내지 개인을 중심으로 생산되는 기록이라는 점에 특징이 있다. 대통령은 선거를 통해 당선되며, 당선인이 될 때부터 그와 관련된 기록은 대통령기록으로 간주된다. 보좌, 경호, 자문기구도 대통령의 직무 수행과 관련된 기구이며, 무엇보다 한 대통령의 기록은 임기 동안 즉 일정한 기간 동안만 생산되는 분절적 기록이라고 하겠다.

대통령은 공직자인 동시에 정치인이기 때문에 인사, 정책 등의 행정 기록과 정치 관련 기록이 함께 생산된다. 이들 기록에는 정치사회적으로 대단히 민감한 사안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이러한 기록이 빠짐없이 생산되고 남도록 법으로 규율할 뿐 아니라, 일정하게 보호하는 장치도 필요하다. 대통령기록의 이러한 특수성을 감안하여 접근 제한과 일반적인 공개 원칙 사이의 균형을 제공하는 법률적 근거가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시민사회와 학계에서는 대통령 기록의 철저한 생산과 효율적인 관리 방법에 관해 일찍부터 논의해 왔고, 그러한 과정에서 대통령기록법 제정의 필요성도 제기되었으며, 정문헌 의원은 예문춘추관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이 법은 이러한 요구를 수용하고 기록관리혁신 로드맵에 따라 제정됐다. 구체적으로는 2005년 10월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와 대통령 비서실, 그리고 국가기록원이 참여한 ‘대통령기록관리혁신TF’에서 대통령기록 관리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하고 법안을 작성했다. 이렇게 기록관리혁신의 일환으로 학계와 시민사회 그리고 관련 기관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한 제정 과정이 이 법의 의미를 더해준다고 하겠다.

대통령기록은 국가 재산임을 명시

이 법은 현재 단계에서 실천할 수 있는 혁신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그 중에서도 우리의 눈길을 끄는 것은 대통령기록의 범주와 소유권을 명확히 한 점, 대통령기록관리위원회와 대통령기록관의 설치, 공개 원칙의 제시와 지정기록물제도의 도입, 기록물 관리 원칙의 규정 등이라고 할 수 있다. 법의 내용과 그 의미를 간략히 살펴보자.

먼저 대통령기록의 범주와 소유권을 명확히 규정했다. 대통령기록은 대통령의 직무수행과 관련하여 대통령과 대통령의 보좌 · 자문 · 경호기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생산, 접수, 취득하여 보유하고 있는 기록물과 국가적 보존 가치가 있는 대통령 상징물로 규정하였다. 따라서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의 기록도 대통령기록의 범주에 포함된다. 그리고 대통령 기록물에 대한 국가의 소유권을 명시하여, 대통령기록이 국가 재산임을 분명히 하였다.

대통령 관련 기록의 생산과 관리 의무를 부과했다. 대통령의 직무수행과 관련된 모든 과정과 결과가 기록으로 생산 관리되도록 하는 것이 이 법 제정의 중요한 목표이다. 그러한 목표는 생산과 관리 의무, 비서실과 경호실 등 관련 기관의 기록관 설치, 생산현황 통보, 철저하고 계획적인 이관, 유출된 기록물의 회수, 철저한 폐기 심의와 절차 규정, 무단 파기와 반출 금지 규정 등에 의해 달성되도록 했다.

전문적이고 중립적인 관리체계를 마련했다. 대통령기록은 그 중요성과 특수성으로 인하여 중립적이고 전문적으로 관리해야 하며, 업무도 객관적이고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그러한 점을 반영하여 국가기록관리위원회 산하에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는 대통령기록관리위원회를 두고, 대통령기록관리의 기본정책과 대통령기록물의 폐기 및 이관시기 연장 승인, 개별 대통령기록관의 설치 등 중요한 사항을 심의하게 하였다. 이 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대부분의 사항은 국가기록관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것으로 간주하여, 그 독립성과 전문성을 인정하고 있다.

모든 대통령 기록은 원칙적으로 공개

국가기록원 산하에 대통령기록관을 설치하고, 관장의 임기를 5년으로 정한 것도 보다 전문성과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이다. 대통령기록관은 두 형태로 건립할 수 있는데, 하나는 국가기록원이 설치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개인 또는 단체가 개별 대통령기록관을 건립하는 것이다. 개인이나 단체가 국가에 기부채납하는 방식으로 특정 대통령의 기록관을 세울 수 있게 하여, 대통령기록관이 하나의 학술문화공간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길을 열어놓은 것이다.

공개의 원칙을 지향했다. 모든 기록은 활용하기 위해 보존하는 것이며, 활용하기 위해서는 기록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대통령기록처럼 중요도가 높은 기록일수록 활용도도 높을 것임은 자명하다. 따라서 대통령기록은 적극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이 법은 공개의 원칙을 담고 있다.

대통령기록은 국가기록원으로 이관할 때 공개여부를 분류하여 이관하게 하고, 비공개로 분류된 기록은 2년마다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공개여부를 다시 분류하도록 하며, 30년이 지나면 모든 기록을 원칙적으로 공개하도록 하여 기록 공개의 원칙을 관철하였다. 이 법의 정신과 취지에 따르면, 대통령 기록은 활발하게 공개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공개와 함께 적절한 보호대책도 강구했다. 국가적으로 중요하고 민감한 내용을 담고 있는 대통령기록은 적절히 보호해야 한다. 모든 대통령기록을 즉시 공개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런 사정을 감안하여 퇴임시 대통령이 지정하는 기록물은 15년 이내에서 접근을 제한하는 지정기록물제도를 도입했다.

지정기록물로 사생활 보호하며 부담없이 남기도록

지정기록물은 지정한 기간 동안 열람이나 사본제작을 허용하지 않고 자료제출 요구에도 응하지 않을 수 있게 한 것이다. 물론 자의적인 지정을 제한하기 위해 지정기록물로 지정할 수 있는 기록물의 범주를 여섯 가지로 한정했다.

예를 들면 정무직 공무원의 인사에 관한 기록물, 개인의 생명이나 명예를 침해할 수 있는 사생활 관련 기록물, 공개될 경우 정치적 혼란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는 대통령의 정치적 견해를 밝힌 기록물 등이다. 특히 개인 사생활 관련 기록물은 30년 이내에서 보호할 수 있게 허용하였다. 이들 기록을 열람하거나 제출하도록 요구하려면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여 의결하거나 고등법원장이 영장을 발부하여야 한다. 아주 예외적으로만, 삼권분립의 원칙을 존중하는 선에서 열람을 허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보호제도는 대통령기록이라고 하는 특수성 때문에 필요한 것이며, 보호의 필요성이 있는 기록은 철저히 보호함으로써 정치적 혼란을 막는 한편 부담 없이 기록을 남기게 하기 위한 것이다.

이 법 제정으로 대통령 기록은 한층 철저하게 관리될 것이다. 대통령기록의 철저한 생산과 관리는 국정운영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책임성을 높일 수 있는 첩경이자 요체라고 생각한다. 대통령기록법은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는 데 매우 유용하게 기여할 것이며,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를 내실화하고 시민의 참여와 기록문화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에도 크게 이바지 할 것이다.

국정운영의 투명성과 책임성 제고

그러나 법만으로 기록이 잘 관리되리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법은 최저한의 기준을 정한 것에 불과하며, 법의 정신에 따라 대통령기록을 제대로 생산하고 관리하는 것은 관련 공직자들의 의식에 달려 있다. 정부의 투명성과 책임성, 효율성이 담보되지 않고는 선진국가로 갈 수 없으며,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유효한 방법의 하나가 바로 기록관리이다. 그러므로 기록의 중요성을 올바로 인식하고 철저히 관리하는 것이 자랑스러웠던 우리의 기록문화 전통을 되살리는 길이고, 선진민주주의사회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필수적인 요소임을 자각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이 법 제정을 계기로 공공기관의기록물관리에관한법률 제정 이전에 유출되어 개인의 사유물처럼 취급되고 있는 이전 대통령들의 기록물이 법 정신과 국민의 요구에 따라 국가와 국민에게 돌아와서 널리 활용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안병우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위원
등록일 : 2007.05.19 [ 국정브리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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